W.제이치(blog.naver.com/jae_ch) -2차 수정을 금합니다! . . . "씨이..나쁜노옴..." 종현이 애꿏은 베게만 퍽퍽치며 시계를 보고 있다. 현재시각은 12시가 되기 10분전. 즉, 빼빼로 데이가 10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다. 종현이 즐거운 빼빼로 데이날 밤에 이렇게 홀로 쇼파에 앉아, 베게만 괴롭히고 있는 까닭은.. 아마 자신의 하나뿐인 애인, 민호가 종현의 연락을 모조리 씹고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그보다 서운함이 앞서, 눈물부터 나오는 종현이었다. 이제 곧 있으면 빼빼로데이고 뭐고 다 끝나는데.. 며칠전부터 연락도 제대로 안되고.. 이게 무슨 애인이야.. 차라리.. 그냥... 끝내버릴까... 마음에도 없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자 더욱 눈물이 나오는 종현이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핸드폰을 꾸내들었다. 좋아, 최민호. 이 전화마저 씹으면 넌 이제 나랑 끝이야. 종현은 어둠이 짙게 깔린 베란다로 나갔다. 그리고 왠지모를 긴장에 심호흡을 하고 민호의 번호를 눌렀다. 자다가, 놀다가, 웃다가, 울다가, 시도때도 없이 누르던 익숙한 번호였다. 이렇게 깜깜한데 달도 안떠있네.. 애써 딴생각을하며 번호를 다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른 종현이다. 곧이어 딱딱한 신호음이 들려오고.. 여전히 들리지 않는 민호의 목소리.. 그래.. 아직은 기대할만 해.. 빨리받아 최민호.. 후회하기 전에. 잠시 거실시계를 흘끔 쳐다본 종현이다. 이제 약 5분정도 남은 시간.. 너무 긴장이 되어 손까지 떨리는 종현이다. 그냥 전화를 끊을까.. 그래.. 그깟 빼빼로 데이가 대체 뭐라고.. 이제 조금있으면 안내원 목소리가 들릴터였다. 힘이 빠진 종현이 귀에서 천천히 핸드폰을 떼어냈다. 전화.. 결국엔, 끝까지 안받네.. 종현이 종료버튼을 누르기 위해 버튼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이제 빼빼로 데이고, 최민호고 모두 끝이다. 종현이 막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이었다. 달칵- 응..? 갑자기 휴대폰에서 전화를 받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종현이 재빨리 핸드폰을 고쳐잡고 귀에 가져다 댔다. "최민...!!!" -잠깐, 삑삑삑삑- 종현의 말을 끊은 민호에 잠시 벙쩌있던 종현이 현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 열고 그쪽을 쳐다보았다. 현관문이 천천히 열리고.. 민호가 들어오... 나 싶었더니, 왠 길쭉하고 뚱뚱한 빼빼로가 걸어들어온다. "뭐..뭐야..?!" 종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쪽을 쳐다보았다. 빼빼로 인형이 뒤뚱뒤뚱 걸어들어오더니, 자신이 있는 배란다로 다가왔다. 종현이 멍하니 길쭉한 빼빼로를 쳐다보고 있는데, 빼빼로의 팔이 쭉- 뻗어나오더니 손으로 전화기 모양을 만들어서 귓가에 댔다. 종현이 그것을 보고, 전화가 끊기지 않은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가 댔다. 그러자 들려오는건 그렇게 그리던 민호의 낮은 저음.. -김종현. "......."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까의 서러움이 몰려와, 벌써부터 눈물이 차오른다. -어어-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울면 안돼지. .......? 시작하다니..? 대체 뭘..? 그때, 다시 들려오는 민호의 목소리.. -김종현, 빼빼로 데이 안챙겨줬다고 서운해할 시간에, 빼빼로가, 아니 민호가 종현을 향해 한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1주년 된거 잊어버린 것 부터 반성해라. "......!" 종현은 빼빼로 데이 때문에 잊고 있었다. 빼빼로 데이보다 더 중요한 날이 바로 내일, 정확히는 잠시후 이기 때문이다. 바로 민호와 자신이 사귀게 된지 정확히 일년이 되는 날.. 그때, 거실에 걸려있던 전자시계에서 자정을 알리는 소리가 났다. 띵동- 12시 입니다. 거의 동시에, 전화기에선 다시 민호의 부드럽고도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종현, 나한테 와줘서 고맙다. 이 말을 마친 민호가 갑자기 빼빼로 인형을 벗어던졌다. 그러자, 안에서 나오는 건 멋진 정장을 차려입은 민호와, 빨간 장미가 가득 피어있는 화려한 꽃다발.. 씨... 최민호... 이딴 이벤트 준비할 시간에 전화나 받지.. 빼빼로 데이는 같이 제대로 보내지 못해 서운했던 감정이, 일주년을 이렇게 깜짝 이벤트를 해줌으로써 모두 감동으로 변해 고마움이 배가 되었다. "흐으윽..." "또 울기부터 한다, 이 울보." "흐윽, 씨, 내, 전화, 받지도 않고, 흐으.." "미안. 요 며칠 새 바빴어." "왜! 흐윽..! 거짓말하지마! 뭣때매, 바빴는데에!" "쉿쉿. 소리지르지 말고. 이거 디자인 맞추고 사이즈 조절하고 그러느라.." "뭐..?" 갑자기 민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작은 상자였다. 민호가 눈물이 맺힌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종현을 보고 슬쩍 웃더니, 곧 상자를 열었다. "......!" 종현은 그 안에 들어있는 것 때문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민호가 그럴줄 알았다는 듯 웃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가, 맞추고 싶다고 했잖아." "......." "커플반지." "흐읍..." "근데, 커플반지는 너무 식상하니깐 생략하고, 이건 결혼반지." "흐으읍,흐윽.." "김종현, 나랑 같이 미국가서 결혼하자." "욱,읍..흐읍," "그리고 평생 내 옆에 있어주라." 이건 반칙이다. 갑자기 이렇게 깜짝 프로포즈를 해버리면... 난 어떻게 하라고.. 마지막은 장난스럽게 조르는 듯 말끝을 늘리더니 별안간 긴다리로 한걸음만에 종현의 바로 앞으로 훅- 다가온 민호였다. "대답 5초안에 안하면, 키스한다. 오," "흐윽, 읍.." "그렇게 울기만 할래?사," "흐읍,흐흑.." "일, 땡." "읍..!" 사 다음에 바로 일이 오는게 어딨냐고 따지지도 못하고, 종현의 입은 민호에게 먹혀(?) 버렸다. 종현의 입술을 쪽쪽거리며 짙게도 빨던 민호가 종현의 허리와 뒷통수를 감쌌다. 종현은 부드럽게 자신의 뒷통수를 쓰다듬으며 옆구리를 간지르는 민호때문에 자연스럽게 입을 벌렸다. 그러자 그것을 노렸다는 듯이 바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민호의 혀. 종현의 입천장을 간질이다가, 곧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종현의 혀를 감싼다. 츄읍- 쪼옥- 질척이는 소리가 베란다를 울리고.. 민호가 종현의 혀를 애무하며 종현을 뒤로 밀었다. 종현이 뒷걸음질을 치다가 작은 화분에 발이 걸리는 바람에 뒤로 기우뚱 넘어가고 말았다. 화분이 엎어져서 흙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무도 상관하지 않았다. 민호는 망설임 없이 종현의 티셔츠를 위로 말아올렸다. 그러자 가슴에 훅- 닿아오는 찬 공기에 종현이 흠짓- 하며 민호를 살짝 밀어내곤 말했다. "베, 베란다에서 해..?" 어느새 울음을 멈추고 빨개진 코를 하고서 물어오는 종현에 민호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종현의 코끝을 혀로 살짝 핥으며 말했다. "뭐 어때. 방에서도 하고, 거실에서도 하고, 화장실에서도 하고, 현관에서도 했는데, 베란다에서는 안해봤잖아." "하지만, 추운데.." "좀 있으면 더워져." "누..누가 보면 어떡하려구..ㅎㅅ"ㅎ" "보고 싶으면 보라지." "앗..!" 민호는 거침없이 종현의 티셔츠와 바지를 벗겨내었다. 순식간에 드로즈만 남게되자, 놀란 종현이 다리를 올려 재빨리 민호의 허리를 감쌌다. "다리 풀러." "아.. 아무래도 베란다는 아닌것 같아. 저기 봐! 반대편 베란다에선 누가 나와서 담배를 피고 있다구!" "괜찮아, 안봐." "그래두.." "스읍-" 민호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자, 그새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종현이다. 민호가 피식 웃으며 종현을 그대로 안아올렸다. "이렇게 귀여워서 어떡하냐." "흐응.." "좋아, 오늘은 침대에서 해." "...정말?" "대신, 나 오늘 너 허리 책임 못진다." "......!!" 민호가 종현을 안고 재빨리 방으로 가서 침대에 내려놓았다. 종현이 순간 자신의 몸을 지켜내겠다(?)라는 마음으로 민호의 목에 꼭 달라붙었다. 그리고 민호의 귓가에 대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그냥 베란다에서 하면 안될까..?" "안돼. 이미 늦었어." 민호가 슬쩍 웃으며 자신의 목에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 인간힘을 쓰고 있는 종현을 가볍게 떼어냈다. 덕분에 침대로 콩- 떨어져 내린 종현이다. 민호는 단숨에 종현의 위에서 내리눌렀다. "으아아- 안돼-!!!" "역시, 김종현은 누워있으면 야해." 민호가 조금은 위험하게 웃으며 종현의 입술을 다시 집어삼켰다. 내 허리 어떻게 해-!!!!!! 종현의 안타까운 절규가 속으로만 끝없이 울려퍼졌다. . . . Surprise day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