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ohe Weinachten (즐거운 크리스마스) “Entschuldigen Sie? (실례합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이게 몇 시간 째인지 알 수 없었다. 몇몇 친절한 독일인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오긴 하였는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 그 중에서도 번화가 였지 만,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 몇 없는 사람들도 내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기 위해 무 척이나 바쁜 모습이었다. 나는 거리에 들리는 우울한 캐럴에 따라 온 몸이 축축 쳐지는 느낌이었다. 나의 한숨이 그치지 않았다. 누군가가 뿅 하고 나타나 나를 도와주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분수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날씨가 많이 추워 온 몸이 얼어 붙는 것 같았다. 나는 손을 입에 갖다 대고 호호 불었다. 따뜻한 입김이 내 손을 조금 녹여주는 듯 했으나, 만족스러울 만큼 따뜻하지 않았 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을 꺼내었다. 유로환율이 급등한 탓에 돈을 얼마 들고 오지 못하여, 수중에 돈이 거의 없었다. 넉넉한 돈이었더라면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마셨을 텐데… “어서 가야 하는데…….” 나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발은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이모의 집을 찾아가고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독일로 이민을 간 이모가 크리스마스 휴가를 겸해 나를 초대한 것이다. 독일에서 오랫동안 머물다 갈 예정이었기에, 나는 휴학하고 바로 오늘 오전 독일에 도착하였 다. 그런데 시계는 어느덧 오후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앞이 막막 했다. 베를린 시내 어딘가에 산 다는 말을 들었고, 내 손에 주소까지 적혀있는데, 나는 그 집을 찾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 시간 전 길을 걷다 손에 들고 있던 이모네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 마저 잃어 버린 터라 앞이 막 막 하기만 했다. 외국에 와서, 그것도 혼자서 이런 곤혹을 겪게 되니 괜히 내가 한심해 지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씨…… 한국에서 따뜻한 방 뒹굴면서 있을 걸. 괜히 왔나 봐…….” 그런 푸념으로 시작했던 말이 서서히 한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바뀌고 눈에 눈물이 차올라 앞을 흐릿 하게 만들었다. 내 차가운 손 위로 뜨거운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져 내렸다. 한 시라도 이 독 일을 벗어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는 목청을 놓고 울어버렸다. 이곳이 베를린 시내라는 것도,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이라는 것도 잊고 너무나 서러워서 눈물을 펑펑 쏟아 내었다. “Entschuldigen Sie? (실례합니다.)” 그렇게 내가 애타게 불러도 나를 모른 채 하며 지나치던 사람들이 내가 베를린 시내에서 펑펑 눈물을 쏟고 있는 모습을 보자, 안쓰러웠는지 다가와 내게 말을 물었다. 나는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노랑머리의 독일인이 아닌, 검은 머리의 아시아인이었다. 나는 그것 만으로도 너무나 반가웠 다. 나는 아직도 눈에 고여있는 눈물을 닦았다. “……Ja? (네?)” “Kann ich Ihnen helfen? (제가 도와드릴까요?)” “…Wirklich? (정말로요?)” “Ja, gern. Was kann ich fuer Sie tun? (예, 그럼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우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독일어를 하는 것도 잊은 채, 고개를 꾸벅이며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계속해서 되풀이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었다. 누군가 나를 도와준다는 사실 만으로 너 무나 기뻤다. 나는 환하게 웃었다. 그 사람에게 수없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Danke! Danke schoen!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한국인이세요?” “네?” “어? 정말 인가 보네!” “…어? 한국인이세요?” “네! 반가워요. 정말로 반가워요!” 그 사람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나보다 더 즐거워했다. 나는 타국에서 한국인을 만났다 는 사실에 기뻐했고, 그는 오랜 유학생활 동안 그리워했던 한국인을 만났다는 사실에 그러한 것 같았 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나 큰 위안이 되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로 너무나 감사하고, 너무나 기뻤다. 노랑머리 사이에서 검은 머리를 찾았는데, 그것이 한국인이라니! “많이 춥죠? 일단 잠시 카페로 가서 몸을 좀 녹여요. 그런 뒤에 도와도 늦지 않겠죠?” “…그렇지만…….” “돈은 걱정 말아요. 오랜만에 한국인을 만난 기념으로 내가 따뜻한 커피 한 잔 살게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나를 데리고 가까운 카페로 들어갔다. 그는 확실히 나보다 독일어에 유창했다. 학교에서 3년 동 안 줄곧 배워왔던 독일어 이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은 몇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유학 생활 동안 익힌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Herr, Ober! Zwei Tassen Kaffee, bitte. (웨이터, 커피 두 잔 주세요.)” 그는 나에게 선뜻 커피 한 잔을 베풀어 주었다. 오랫동안 추위에서 떨던 나에게 그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몰랐다. 그와 나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일어가 아닌 나와 그의 모국어인 한국어로. 그도 오랜만에 한국어를 편히 쓸 수 있어 기쁜 듯 했다. “이름이 뭐예요?” “은하예요. 정은하. 그 쪽은요?” “전 한준호에요. 무슨 일로 독일에 왔어요?” “이모 댁에서 당분간 머무르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이모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잃어 버렸어요. 주소 만 가지고 있는데, 독일에 처음인 제가 제대로 찾아갈 리가 없죠. 준호씨는 유학 중인 가봐요?” “네, 이제 한 두 달 정도 후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요.” 그는 24살로 나와 동갑이었다. 그는 이모네의 주소를 보여주자 ‘여긴 저희 집과 가까워요!’라고 반 가운 듯 말하였다. 실로 그러했다. 그의 집과 이모네는 겨우 집 세 채를 사이에 둔 아주 가까운 거리 였다. 게다가 이모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왕래를 하는 사이라고 하였다. 나도 그도 그 사실에 너 무나 기뻐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긴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거리로 나왔다. 하늘은 어느새 어 두워져 있었다. 그는 정말로 친절하고, 멋진 사람이었다. “시간이 많이 늦어버렸네요. 아침에 공항에 도착하셨는데, 늦어서 이모님께서 걱정하시겠어요.” “그렇겠네요. 미안하지만, 집까지 데려다 주시지 않으실래요? 마지막까지 헤매고 싶진 않아요.” “그럼요, 물론이죠. 은하씨, 혹시라도 제 도움이 필요하면 저희 집으로 찾아오세요. 동네에서 유일 한 붉은 지붕이라서 찾기 쉬울 거예요.” “알았어요. 정말로, 정말로 감사해요. 꼭 보답할게요.” “보답이라뇨. 그런 것은 필요 없어요. 저도 오랜만에 한국인을 만나 기뻤거든요.” 그는 자신이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내 목에 둘러 주었다. 나는 한국인이라는 그 사실 하나만으 로 나에게 이런 친절을 베풀어 주는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는 이모네 집까지 나를 바래다 주 었다. 나는 집 앞에서 그에게 정말로 감사하다며, 꼭 보답하겠다는 인사를 다시 한 번 되풀이 했다. 그는 내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보고 가겠다며 억지를 부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계단에 올라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 소리에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너무나 오랫동안 찾았던 이모의 얼굴이 보였다. “이모! 이모부!” “어이구, 은하야! 왜 이렇게 늦게 와! 연락도 없고!” “죄송해요, 이모. 실은 좀 헤맸거든요. 걱정 많으셨죠?” “그래, 이 녀석아. 너 때문에 밥도 못 먹고 얼마나 안절부절 했는지 몰라. 국제 미아라도 되면 어쩌 나 얼마나 걱정 했다고! 일단 추운 데 들어와. 집 안은 따뜻해.” “네, 이모.”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가 있던 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그에게 감사하다는 눈인사라도 다시 한 번 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더 이상 그는 없었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이모는 그런 나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이모를 따라 따뜻한 집 안으로 들어서며 그가 내 목에 둘러주었던 목도리를 만졌다. 그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따뜻한 푸른색의 목도 리. 집이 멀지 않으니, 조만간 꼭 돌려주어야지. “은하야, 오느라 고생했지?” “아니에요. 비행기에서는 떨려서 지루하지 않았고, 제가 독일어를 조금 할 줄 알잖아요. 많이 힘들 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한국인을 만나서, 그 사람이 도와주었어요.” “오, 정말이니? 베를린에는 한국인이 얼마 없을 텐데…….” “이모도 아실 거예요. 요 옆에 산다고 하던데요?” “아! 준호 말이구나!” “네, 맞아요! 준호씨요.” “정말 다행이구나. 준호, 참 괜찮은 애니까. 그나저나 준호가 이야기 하지 않았어?” “뭘요?” “내가 한국에서 조카가 온다고 휴가기간 동안 함께 베를린 시내 구경이나 시켜줄 수 있느냐고 물었 었거든. 준호가 흔쾌히 허락했었는데…….” “에? 뭐지. 실은 좀 전에 이모네까지 절 데려다 주었거든요. 왜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러게… 어쨌든, 배고프지? 일단 밥부터 먹자.” “우와! 그래요!”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나는 단란하게 식탁에 둘러 앉았다. 외사촌동생인 한얼이는 친구들과 함께 크 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놀러 나간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사촌누나가 왔는데, 서운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긴, 나 역시 겪어봐서 알지만, 그 나이는 친구가 전부인 때였다. “너 온다고 해서 특별히 신경을 썼는데, 아무래도 독일 음식들이라 너의 입맛에 맞을 지 모르겠구 나. 여기선 한국음식 구하는 것이 힘들어서 잘 먹을 수 없거든.” “아녜요. 이런데 와서 한국음식 먹을 생각하는 게 바보 같은 거죠! Guten Apetit! (즐거운 식사 되 세요.) 잘 먹겠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나는 한얼이 방으로 갔다. 이모는 이 방에서 생활 하라고 했다. 나는 원치 않게 한 얼이의 방을 뺏게 된 것이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은 나를 위해 열 심히 청소를 한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방에는 특유의 향이 났다. 이것은 아마 한얼이의 체취이겠지. 독일, 체취, 그리고 향수……. 그런 연결고리가 자연스레 내 머릿속에 스쳤다.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방에서 은은하게 퍼진 한얼이의 체취보다 지금 내 목에 걸려있는 그 사람의 목도리에서 풍겨오는 그 사람의 체취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여행 중 나누는 정은 금물이야.” 나는 중얼거렸다. 그래, 누군가가 내게 말해 주었던 이야기이다. 여행 중에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 에게는 너무나 쉽게 의지하게 된다고. 그래서 너무나 쉽게 정을 주고 받는다고. 하지만, 그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분명 그 때 준 정을 후회하게 될 거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준호씨는 정말로 감사하고, 정말로 좋은 사람임이 분명했지만, 쉽게 정을 주지 말자. 그렇게 다짐하였다. 하지만, 그 다짐은 얼마 가지 않고 깨져 버렸다. “준호씨, 오늘이 크리스마스인데 괜히 시간을 뺏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모의 부탁대로 그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통째로 나에게 반납한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 당일이었음에 도, 그는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그것이 정말로 미안했다. 나의 외사촌동생인 한얼이 조차도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한국에서 온 나는 뒷전인데, 아무런 관계없는, 아니, 굳이 관계를 따지자면, 이모의 이웃인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웃으며 괜찮다고 할 뿐이었다. 그의 그 마음에 나는 나의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나를 데리고 베를린 시내를 거닐었다. 베를린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아름다운 트 리들과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한국처럼 발랄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크리스마스 노래는 듣기 힘들었다. 온통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노래뿐이었다. 그럼에도 처음 느낀 독일의 크 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한참을 걷던 우리는 잠시 쉬어가기 위해 벤치에 앉았다. 그는 어디론가 가서 따뜻한 커피를 두 잔 가지고 왔다. 그는 내게 커피를 한 잔 건네고는 내 옆 자리에 앉 았다. “은하씨, 독일 생활 힘들죠?” “글쎄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한국에서도 생활이 뒤죽박죽이었으니까요.” “하하. 왠지 은하씨는 그럴 것 같아요. 하아… 날씨 많이 추워졌네요. 춥죠? 이 장갑 껴봐요. 이래 봬도 제가 직접 짠 거예요. 따뜻할 거예요.” “아니에요. 금쪽같은 크리스마스 휴가에 시간을 뺏는 것도 모자라 장갑까지 뺏을 순 없죠.” “뺏다니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에요. 그리고 전 이미 이런 날씨에 적응이 돼서 괜찮아요. 감기 걸려서 고생하지 않게 어서 껴요.” 보기만 해도 따뜻해 보이는 하늘색의 장갑을 그는 내 손에 끼워주었다. 따뜻한 온기. 그에게서 흘러 나온 따뜻한 온기가 아직까지도 남아있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따뜻한 커피와 따뜻한 장갑. 그리고 내게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는 준호씨. “고마워요.” “네? 뭐가요?” “준호씨가 이렇게 나를 위해 고생해 주어서 고마워요.” “이제 고맙다는 말은 그만해도 돼요. 괜히 내가 부담스러워져요.” “정말 수십 번, 수백 번을 해도 모자란 것 같아요. 내게는 너무 과분한 친절인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은하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에? 제게요?” “네. 정말 그리웠거든요. 한국 사람이요. 은하씨의 이모, 이모부님이 계시지만, 제 나이 또래의 한 국인은 찾아 보기 힘들어요. 그냥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나도 한국인인 대학생이라는 느낌. 여기서 지내면, 나는 그저 독일대학에 다니는 학생일 뿐이에요. 제가 느끼고 싶은 소속감도 느낄 수 없고, 마치 이곳은 내 세계가 아닌 양 느껴졌어요. 교우관계도 문제 없고, 학교 생활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 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런데 은하씨를 만나니 정말 좋아요. 하루 종일 이렇게 한국어를 하면서 지내 는 것도 정말로 오랜만이고, 검은 머리를 가진 사람과 이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 것도 정말로 오 랜만이에요. 너무 기쁘고, 너무 행복해요. 그래서 은하씨가 이곳으로 온 것에 대해 감사하고 싶어요. 진심으로요.” 그는 나를 보며 예쁘게 웃었다. 그 웃음이 예뻐 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한 이주쯤 되었나요?” “뭐가요?” “은하씨가 독일로 온 것이요.” “아… 그런 것 같아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네요.” “은하씨,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연락…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에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제가 정말 거하게 한 번 쏠게요! 여기서 신세를 너무 많이 졌어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제가 꼭 보답할게요.” “다행이다…….” “네?” “한국으로 돌아가면, 저를 모른 척하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에이-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나는 그를 보며 웃었다. 그는 조심스레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여행 중에 느끼는 정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정말로 잘 알았다. 그가 얼마나 따뜻하고, 얼마나 친절한 사람인지. 준호씨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라면, 여행 중 느끼는 짧은 호감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눈이에요.” 준호씨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말하였다. 나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정말 눈이었다. 새하얀 눈이 떨 지고 있었다. 우리의 머리 위로, 함께 잡은 두 손 위로. “우와.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그러네요.” “준호씨, Frohe Weinachten. (즐거운 크리스마스!)” “은하씨도 Frohe Weinachten! (즐거운 크리스마스!)” Frohe Weinachten und Glueckliches neues Jahr!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